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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초대칭

세계 피겨스케이팅을 주름잡고 있는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점프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저렇게 높이 점프하면서 어쩜 그렇게 순식간에 세 바퀴나 돌고 사뿐히 착지할 수 있을까? 물리 이론적으로 보자면 피겨 선수의 점프 회전이 불가사의한 현상은 결코 아니다. 회전하는 물체는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이라는 물리량을 갖는다. 어떤 물체가 회전할 때의 각운동량은 그 물체의 질량과 선속도와 회전반경의 곱으로 주어진다. 지구나 인체처럼 수많은 입자들이 모인 물체가 회전할 때는 그 모든 입자들의 효과를 죄다 더해야 한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회전하는 물체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이것을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한다.

 

 

각운동량은 기본적으로 질량과 선속도와 회전반경의 곱이니까,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예컨대 회전반경이 짧아지면 선속도가 높아져야만 한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할 때도 지구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그래서 태양에 근접할 때는 (북반구의 겨울) 공전속도가 빨라지고 멀어질 때는 (북반구의 여름)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이 케플러의 행성운동에 관한 제2법칙으로서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김연아 선수가 3회전 점프를 할 때도 김연아 선수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도약을 하면서 자기 몸에 회전을 걸 때 자신의 팔을 몸에 바짝 붙이면 회전반경이 짧아지는 효과가 생기므로 몸 전체의 회전 선속도는 높아진다. 그 결과 순식간에 3회전을 돌게 된다. 반대로 착지할 때는 팔을 쭉 뻗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만 몸의 회전 선속도가 그만큼 느려져서 착지한 다음 균형을 잡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설명하기야 이렇게 쉽지만 그 상황을 실제 빙판에서 재현하기란 무척 어렵다. 김연아 선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상황을 실제로 거의 완벽하게 보여주니까 ‘예술적’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세계에서는 거시세계에서 상상하기 힘든 현상들이 많이 생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물질의 기본단위를 이루는 소립자들은 스핀(spin) 이라는 물리량을 가진다. 스핀은 각운동량의 일종이다. 스핀은 스스로 돈다는 의미가 있지만 소립자들은 크기나 부피가 없는 점입자(point particle)로 간주되기 때문에 실제 소립자가 회전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스핀은 질량이나 전기 전하량처럼 소립자가 내재적으로 고유하게 간직하고 있는 회전효과이다. 양 자역학에서는 물리량들이 덩어리져서 불연속적으로 존재한다. 각운동량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립자들이 가질 수 있는 스핀값은 0, 1, 2, 같은 정수값이거나 1/2, 3/2, 등과 같은 반(半)정수값 두 가지 뿐이다. 전자의 스핀값을 가지는 소립자를 보존(boson)이라 하고 후자의 스핀값을 가지는 소립자를 페르미온(fermion)이라고 한다.

 

 


보존은 여러 개의 입자가 같은 물리적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반면에 페르미온은 같은 상태에 둘 이상의 입자가 있을 수 없다. (배타원리) 여러 개의 페르미온이 있으면 각 페르미온은 각기 서로 다른 상태를 차곡차곡 채워 나간다. 이 때문에 페르미온은 물질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전 자나 양성자는 모두 페르미온으로서 이들의 스핀값은 1/2이다. 반면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모두 보존으로서 빛(광자)이 대표적인 예다. ‘신의 입자’로 불리며 소립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는 스핀이 0인 보존이다. 자연계의 모든 소립자는 보존 아니면 페르미온이다. 이는 마치 자연에 남자와 여자 두 종류의 성이 있는 것과도 같다. 남녀의 성을 구분하는 것은 성염색체로서 남자는 XY, 여자는 XX의 성염색체를 가진다. 굳이 말하자면 남자는 혼자서 독립하기를 좋아하니까 페르미온, 여자는 상대적으로 서로 붙어 다니길 좋아하니까 보존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초대칭성(supersymmetry) 이란 보존과 페르미온 사이의 대칭성이다. 만약 자연계에 초대칭성이 있다면 모든 보존은 각각 자신의 초짝(super partner)으로서 페르미온을 하나씩 동반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페르미온도 각각의 초짝으로서 보존을 하나씩 가진다. 말하자면, 이 세상 모든 남자와 여자가 각기 자신의 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초대칭성은 1971년 구 소련의 골판드(Y. Golfand)와 리크트만(E. P. Likhtman)이 수학적으로 처음 도입하였다. 같은 해에 라몽(P. Ramond)과 느뵈(Neveu) 및 슈바르츠(Schwarz)도 독립적으로 초대칭성을 도입하였다. 라몽과 느뵈와 슈바르츠는 당시 끈이론(string theory)을 연구하다가 초대칭성을 발견하였다. 초대칭성이 있는 끈이론을 초끈(superstring)이론이라고 한다.

 

남 자만 있는 군대는 삭막하다. 여자만 있는 여대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어야 하고,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있어야 하는 게 자연의 정한 이치다. 남녀가 골고루 섞여 있어야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친다. 남녀가 제각각 자기 짝을 찾아 조화롭게 살고 있으면 우리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소 립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초대칭성은 미학적으로 무척 아름답다. 보존이 있으면 페르미온이 있어야 하고, 페르미온이 있으면 보존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떤 입자의 존재에 대한 필연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컨대 표준모형에서는 힉스 보존처럼 스핀이 0인 입자가 꼭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이론 내적으로 찾기가 어렵다. 왜 스핀이 0인 입자가 자연에 있어야만 할까? 초대칭성은 이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한다.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이 있으면 그 초대칭짝은 스핀이 0인 입자이기 때문이다.

 

 

초대칭성은 표준모형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초대칭성이 각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 질량에 대한 미세조정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표준모형의 미세조정의 문제는 지난 글에 서도 설명한 적이 있다. 요지만 설명 하면 이렇다. 힉스 입자는 애초에 천문학적인 질량을 가지고 있는데, 입자가 순간적으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들이 반복될 때 발생하는 효과가 그 질량을 상쇄하여 양성자의 수백 배의 질량으로 관측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상쇄되어 나타나는 효과의 정밀도는 1/1032이다. 이 미세조정의 문제는 많은 과학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으면 이렇게 어색한 미세조정이 전혀 필요 없다. 표준 모형에서 힉스입자의 원래 질량이 천문학적으로 커야 되는 이유는 주로 톱쿼크와 힉스와의 반응 때문이다. 그런데, 초대칭성이 있다면 톱쿼크에도 그 초짝인 스톱(stop, scalar top의 약자)입자라는 것이 있게 된다. 그 스톱입자가 존재하면 스톱입자와 힉스와의 반응이 톱쿼크와 힉스입자와의 반응에 의한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힉스 입자의 질량이 원래 천문학적으로 큰 데, 입자들과의 반응을 통해 절묘하게 조정된다는 믿기 힘든 설명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초대칭성은 암흑물질(dark matter) 문제에도 제격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표준모형의 패러다임에서는 암흑물질의 후보가 전혀 없다. 그러나 표준모형에 대해 초대칭적인 입자, 즉 초입자(super particle)가 있다면 그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초입자들 중에서 초중성소자(neutralino)를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실험적으로 우리는 아직까지 초입자를 본 적이 없다. 자연의 초대칭성이 정확하다면 서로 초짝을 이루는 보존과 페르미온의 모든 물리적인 성질(스핀만 제외하고)이 똑같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전자의 초짝은 전자와 질량이 같기 때문에 여태 발견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초대칭성을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과학자들 은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더라도 그것이 적절하게 깨져 있으면 초입자들의 질량이 충분히 커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립자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발견하기 어렵다. 질량이 큰 입자는 생성되는데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힉스 보존의 질량을 자연스럽게 안정시키려면 초입자들의 질량은 대략 양성자 질량의 약 1천 배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다. 과학자들의 예상이 맞다면 1년에 대략 수만 개의 초입자가 LHC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여태 숨겨져 있던 자연의 또 다른 반쪽을 인류가 마침내 들춰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77



세상은 몇 차원인가?

달걀을 깨지 않고 노른자만 꺼낼 수 있을까? 글쎄, 세기의 마술사라는 데이비드 카퍼필드라 면 혹시 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가 4차원 공간에 살고 있다면 이 마술 같은 일을 손쉽게 해치울 수 있다. 인간은 3차원 공간에 사는 생물이라서 4차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직접 느낄 수는 없다. 다만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관계로부터 더 높은 차원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종이에 원을 하나 그려놓고 그 안에 동전을 놓는다. 2차원 평면인 종이 위에서 동전을 움직여 원 밖으로 빼내려면 동전은 반드시 원주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2차원에서는 동전이 원주를 건드리지 않고 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러나 동전을 3차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원주를 건드리지 않고서 동전을 빼낼 수 있다. 만약 2차원적인 생명체가 있어서 종이 위에서만 살고 있다면 이 생명체의 눈에는 동전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엉뚱한 곳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2차원 평면을 3차원 공간으로, 종이 위의 원을 달걀로, 그리고 동전을 노른자로 대체하면 4차원의 공간이 어떻게 달걀을 깨지 않고 노른자를 꺼낼 수 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4차원 공간을 느끼면서 넘나들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는 노른자를 4차원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달걀을 깨지 않고 노른자를 꺼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3차원보다 더 높은 차원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꽤나 오래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좌표로 통일하여 시공간 4차원을 주창했는데, 여기서는 공간이 여전히 3차원에 머물러 있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에 살았던 칼루자(Theodor Kaluza)와 클라인(Oskar Klein)은 시공간이 5차원일 가능성을 제시했었다. 칼루자-클라인 이론에서는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 4차원이다. 이렇듯 3차원에 부가적으로 덧붙여진 차원을 덧차원(extra dimension, 부가차원, 초차원, 여분차원)이라고 한다. 칼루자와 클라인이 덧차원을 생각한 이유는 적어도 달걀노른자를 빼내는 것보다는 좀 더 고상했다. 그들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5차원 이론으로 통합하려고 했었다. 대략 1919년에서 1926년 사이의 일이다.

 

 

덧차원에 관한 고민이 새로워진 것은 초끈이론 때문이었다. 초끈이론은 그 이론이 자체적으로 모순이 없으려면 시공간이 10차원이어야 함을 예견한다. 우리는 4차원 시공간에 살고 있으니까 덧차원이 6차원이나 되는 셈이다. 덧차원이 이렇게 버젓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어떻게든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전깃줄을 예로 들어 보자. 아주 멀리서 보면 전깃줄은 기다란 1차원의 곡선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1차원인 줄 알았던 전깃줄이 일정한 굵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굵기는 전깃줄의 길이 방향과는 수직을 이루면서 새로운 차원을 하나 형성하고 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전깃줄의 차원이 가까이에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더 자세히 보면 전깃줄의 다른 차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도 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초끈이론이 맞다면 원래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은 10차원(1차원의 시간과 9차원의 공간)이다. 그러나 6차원이 매우 좁은 영역에 말려들어 있다면 우리는 4차원의 시공간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멀리서는 1차원의 전깃줄만 보이는 것과도 같다. 6차원의 덧차원을 보려면, 마치 전깃줄에 가까이 다가가듯이, 공간 자체를 들여다보는 해상도를 높여야 한다. 높은 해상도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현존하는 입자가속기들로는 어림도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또 다른 이유로 덧차원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 중에 위계의 문제(hierarchy problem)라는 것이 있다. 물리학자들은 어찌 보면 참 쓸데없는 일에 많이 고민한다. 위계의 문제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그런 문제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자연계에는 네 가지의 힘이 알려져 있다.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그리고 강한 핵력이 그 넷이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힘들이다. 약한 핵력은 핵붕괴와 관련된 힘이고 강한 핵력은 핵자들을 원자핵으로 강하게 묶어 두는 힘이다.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힘들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대략 양성자 질량의 약 1천배 정도 되는 에너지까지 잘 들어맞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에너지에서는 중력의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중력의 효과가 나머지 세 힘과 비등해지려면 그 에너지가 양성자 질량의 약 10,000,000,000,000,000,000배에 이르러야 한다. 이 에너지를 플랑크(Planck) 에너지라 고 부른다. 중력과 표준모형 사이에 왜 이런 거대한 에너지 갭이 존재할까 하는 것이 바로 위계의 문제이다. 지난 글들에서 소개했던 힉스 질량의 안정화를 위한 미세조정의 문제는 위계 문제를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서 근본적으로 위계 문제에 다름 아니다. 이 위계의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을 괴롭혀 왔으며 현재 학계가 처한 가장 시급하고도 긴박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그런 만큼 이 문제는 새로운 물리학의 장을 열어젖히는 데에 큰 공헌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초대칭성이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도 초대칭성이 이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1998년 미국의 알카니-하메드(N. Arkani-Hamed)와 디모포울로스(Savas Dimopoulos), 드발리(G.R. Dvali)는 덧차원이 위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들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ADD모형으로 알려진 이론은 4차원 시공간에 덧차원이 달랑 붙어있는, 매우 단순한 구조이다. 이 모형에서는 덧차원의 공간 자체가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흡수해 버림으로써 플랑크 에너지를 양성자 질량의 천배 정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그 이듬해 미국의 리사 랜들(Lisa Randall)과 라만 선드럼(Raman Sundrum)은 1차원의 덧차원으로 위계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RS모형으로 알려진 이 이론에서는 ADD에서와는 달리 덧차원인 제5공간이 심하게 굽어 있다. 그 굽은 정도가 5차원 공간을 따라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어 있어서, 제5공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두 점에서의 물리량이 매우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높은 에너지의 세계와 낮은 에너지의 세계가 굽은 제5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리사 랜들은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여성 물리학자로서 그의 저서 <숨겨진 우주>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덧차원 모형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표준모형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 가을 다시 가동될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에서 덧차원의 신호를 잡아낼 수 있을지도 큰 관심거리 중의 하나다. 덧차원이 있다면 자연의 근본상수인 플랑크 에너지가 그렇게 천문학적으로 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 큰 숫자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요긴할 때도 있다. 어떤 현상들은 플랑크 에너지만큼 높은 에너지를 얻어야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치 아주 무거운 바위로 두더지 구멍을 막아 둔 것과도 같다. 두더지가 바깥세상으로 나오려면 큰 에너지를 발휘하여 자기 집 입구를 짓누르고 있는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려야만 한다. 만약 덧차원이 있어 실제 플랑크 에너지가 그리 크지 않다면 비교적 낮은 에너지에서도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높은 에너지에서만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낮은 에너지에서 일어났을 때 흥미로운 경우도 있지만 재앙(이론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을 몰고 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블랙홀도 그런 경우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TOPIC/corbis


출처: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325